내가 만난 기부자#1
최근 한 기부자님을 만났다. 몸이 불편해 외부 활동이 어려우시다며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집에 들어서자 널찍한 현관과 벽에 걸린 독특한 미술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작은 서재로 안내받았는데, 그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분께 소중히 아끼는 잔에 직접 내린 커피를 부탁하셨고, 이어서 직접 담그신 식혜도 권하셨다.
어머니 또래의 기부자님이셨는데, 집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그분의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이후 이어진 대화 속에서 그분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는 새롭고 뜻깊으며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기부자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이미 많이 기부하셨으니 더 이상은 부담스러워하실 거라고 지레짐작한 적은 없을까?기부 여력이 없을 거라고 속단한 적은 없을까?예전에 기관에 쓴소리를 하셨다고, 이제는 관심이 없을 거라고 단정한 적은 없을까?항상 조용히 도와주시는 분이니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을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우리는 고액기부자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기부자는 가까운 곳에 있다.
최근 만난 기부자님(편의상 A님이라 부르겠다)은 널리 알려진 분이 아니었고, 기관에서도 그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지속적인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기부자와 얼마나 대화하고 있을까?
우리는 기부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때때로 너무 ‘돈’으로 만 바라본다. 그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고액기부자는 단순히 재정을 지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음과 시간, 열정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른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무례가 아닐까?
A님은 기관과 연락하는 담당자가 한 명 뿐이라고 하셨다. 기관의 리더십은 물론이고, 다른 관계자들과도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막상 컨설턴트와 대화를 나눠보니 참 좋다고 하셨다.
기부자는 자신만의 ‘진짜 이유’가 분명하다.
기부자의 유형을 몇 가지로 분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면, 유형을 넘어선 그 분만의 복잡한 진짜 동기를 알 수 없다.
A님은 어느 날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고 하셨다.그 교육이 마음을 울렸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함께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만약 진작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면, 그 ‘지인’이 누구였는지, 그 ‘교육’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바탕으로 더 풍성한 대화와 연결이 가능했을 것이다.
기부자는 스스로 모금가가 된다.
고액기부자는 자신이 후원하는 기관의 가치를 관계자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그리고 기관이 그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현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단순한 기부자가 아닌 적극적인 모금의 주체가 된다.
A님은 내년에 직접 지인들을 모아 기관을 돕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그 말씀을 하실 때 지어 보이신 환한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고액기부자를 단순한 후원자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비전을 실현하는 동반자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의 시작은 언제나 진정성 있는 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끝
내가 만난 기부자#1
최근 한 기부자님을 만났다. 몸이 불편해 외부 활동이 어려우시다며 집으로 초대해 주셨다. 집에 들어서자 널찍한 현관과 벽에 걸린 독특한 미술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작은 서재로 안내받았는데, 그곳에는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테이블이 자리하고 있었다.
집안일을 도와주시는 분께 소중히 아끼는 잔에 직접 내린 커피를 부탁하셨고, 이어서 직접 담그신 식혜도 권하셨다.
어머니 또래의 기부자님이셨는데, 집을 어떻게 관리하고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그분의 삶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전해졌다. 이후 이어진 대화 속에서 그분의 삶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이는 새롭고 뜻깊으며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다.
우리는 기부자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이미 많이 기부하셨으니 더 이상은 부담스러워하실 거라고 지레짐작한 적은 없을까?기부 여력이 없을 거라고 속단한 적은 없을까?예전에 기관에 쓴소리를 하셨다고, 이제는 관심이 없을 거라고 단정한 적은 없을까?항상 조용히 도와주시는 분이니 굳이 연락하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을까?
다시 한번 묻고 싶다. 우리는 고액기부자들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가?
기부자는 가까운 곳에 있다.
최근 만난 기부자님(편의상 A님이라 부르겠다)은 널리 알려진 분이 아니었고, 기관에서도 그분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충분히 지속적인 기여를 하실 수 있는 분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기부자와 얼마나 대화하고 있을까?
우리는 기부자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때때로 너무 ‘돈’으로 만 바라본다. 그 외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고액기부자는 단순히 재정을 지원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음과 시간, 열정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다. 그분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모른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무례가 아닐까?
A님은 기관과 연락하는 담당자가 한 명 뿐이라고 하셨다. 기관의 리더십은 물론이고, 다른 관계자들과도 이런 깊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막상 컨설턴트와 대화를 나눠보니 참 좋다고 하셨다.
기부자는 자신만의 ‘진짜 이유’가 분명하다.
기부자의 유형을 몇 가지로 분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면, 유형을 넘어선 그 분만의 복잡한 진짜 동기를 알 수 없다.
A님은 어느 날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듣게 되었다고 하셨다.그 교육이 마음을 울렸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까지 함께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만약 진작에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면, 그 ‘지인’이 누구였는지, 그 ‘교육’이 어떤 내용이었는지를 바탕으로 더 풍성한 대화와 연결이 가능했을 것이다.
기부자는 스스로 모금가가 된다.
고액기부자는 자신이 후원하는 기관의 가치를 관계자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그리고 기관이 그 가치를 진정성 있게 실현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 단순한 기부자가 아닌 적극적인 모금의 주체가 된다.
A님은 내년에 직접 지인들을 모아 기관을 돕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그 말씀을 하실 때 지어 보이신 환한 미소가 아직도 생생하다.
우리는 고액기부자를 단순한 후원자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함께 비전을 실현하는 동반자이자 전략적 파트너로 대해야 한다. 그리고 그 관계의 시작은 언제나 진정성 있는 대화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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